베이징 생활을 하면서 새삼 느끼는 것이 있다. 숫자 ‘8’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이 보통 이상이란 점이다. 8이 많이 들어간 휴대폰 번호나 차 번호는 프리미엄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마트에 가보면 8로 끝나는 가격표 끝자리 숫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2008년 8월 8일 8시에 개최했겠는가.

언제부터인지 내게도 14가 행운의 숫자로 다가왔다. 내가 평생 공직자의 길을 걷게 된 것도 대학 재학 중 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국세청이 큰 어려움을 겪던 2003년에 국세청장으로 임명되어 세정혁신을 단행했던 것도 내게는 값진 성취 경험이었다. 14대 국세청장이었다. 우리 사회가 부동산 투기로 심하게 앓고 있던 2006년 말 집값 안정의 구원투수로 14대 건설교통부 장관에 임명되어 폭등하던 집값과 투기를 잠재웠다. 이처럼 도전으로 시작해 결국 행운을 가져다주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14’가 주는 성취가 우연이 아닌 듯했다. 그런 가운데 100년에 딱 한 번 14가 들어간 2014년에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되새기면서 광주시장 선거에 도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부당한 전략공천에 맞서 탈당을 하고 의원직도 사퇴하는 것으로 끝났다. 주변에서는 망했다고 안타까워했고 잃은 것도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국회의원직을 계속했더라면 지나치고 말았을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됐다. 정치는 변화무쌍하고 비정한 것이라는 값진 교훈도 얻었다. 또 우리 역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중국을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인간만사 새옹지마이고 역풍이 거셀수록 연은 더 높이 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숫자 8이 행운을 가져온다는 중국인들의 믿음이 실제 긍정적 에너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쪽박이 대박되는 것이 인생사이다. 누구든 오늘이 너무 힘들더라도 훗날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좌절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연히 베이징에 온 날이 12월 ‘14’일이었다. 베이징에서 맞는 새해가 더욱 설레는 것은 이번 중국행 역시 내게 또 다른 성취를 안겨줄 도전의 연속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이용섭 중국사회과학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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