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교수(법학 박사)
정용상 교수(법학 박사)

온갖 유형의 복합적 펜데믹이 너을성 파고처럼 온 세상을 덮쳐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며 인간의 삶의 질을 극도로 위축시켰던 공포의 2022년이 저물고, 2023년 기묘년 새해를 맞이하였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어제를 거울삼아 오늘을 살아가며 내일을 설계하는 인간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헌법정신 아래 민주주의의 발전과 산업발전을 동시에 이룬 기적의 역사를 쓴 나라이다. 그럼에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치의 후진성을 피할 수 없음이 오늘의 현실이다.

승자독식의 싹쓸이식 대통령 선거제도, 득표비율과 당선자비율이 전혀 균형적이지 못하여 40% 득표로 60%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국회의원과 광역의회 의원, 광역의회 의원과 기초의회 의원,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사이의 역할과 권한과 책임의 중복 또는 사각지대의 발생, 파행의 공천제도, 독점적 중앙정부의 권한 비대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지방정부 간의 부조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현행 선거제도나 정부 지배구조는 정치의 후퇴를 논증하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없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으므로, 우선 국회의원 선거에 관한 제도적 개혁을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한 문제해결 방법이라고 본다.

첫째,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대선거구제로 바꿔서, 국회의원이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역할과 겹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선거구제 개혁이 필요하다. 거대정당의 의석 독식을 막고 청년⸳여성⸳사회적 약자 등의 의회진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또한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의 강화를 위해 국회의원은 대선거구제로 선출해야 한다,

둘째, 투표의 등가성에 기초하여 투표가치가 결과에 반영되어야 한다, 현행법상으로는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이 되므로 무수한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단순 다수결에 의할 경우 거대정당만 존립할 수 있을 뿐 군소정당은 생존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 어떻게 득표율보다 월등히 많은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단 말인가? 투표가치가 이렇게 왜곡되면 궁극적으로 국민주권의 원리가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현대사회는 바야흐로 다양한 의견이나 생각이 공존하는 다양성의 사회이다. 거대 양당구조로는 다양한 주권자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소선거구제하에서는 특정 이념이나 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의 원내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소수의견이 국정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근원적으로 막혀 버린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입법이나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자체가 없는 것이 오늘날 양당제와 소선거구제의 허점이다.

넷째, 현행의 양당구조 하에서는 타협이나 협치, 대화정치는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정쟁만 일삼는다. 양보란 없으며 오로지 상대방의 항복만 요구할 뿐이다. 결국 다수당이 입법의 생산을 독식하는 꼴이 되어 그 결과로 나타나는 불이익은 고스란히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 다당제하에 연대하거나 연립 또는 공동정부 구성 등을 통하여 협치하므로써 소수의견도 자연스럽게 입법이나 정책에 반영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다섯째,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표에 의한 요구가 입법이나 정책에 정확히 반영되고 수렴될 수 있는 장치로서의 공직선거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발전적으로는 대의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온전한 틀을 구축하기 위해 정당법, 국회법, 지방자치관련법 등의 손질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는 이들을 통솔(?)하는 최고법인 헌법의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회의 입법독재나 독선을 막기 위해 국회 단원제를 양원제로 고치고, 선거관리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등의 하드웨어적 개혁이 선도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