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석 의료인
정갑석 의료인

팬데믹(pandemic)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최고 등급으로, 대유행 상태를 일컫는다. 엔데믹(Endemic)은 종식되지는 않았으니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고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말한다.

코로나19는 발병 이후 삽시간에 전 세계를 휩쓸며 인류를 팬데믹의 공포에 떨게 했다. 그리고 이제 엔데믹 상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광주는 연일 만여 명에 이르는 확진자가 발생하여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다른 지역에 비해 발생비율이 높기에, 이제 그저 바라보는 무대책이 대책이구나 한다.

그러면서 걱정이 되는 것은 백신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과 노약자의 치료 대책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게 이상하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있다. 그렇게 환자 발생률이 높다 보니 모두가 한 번쯤 겪는 과정쯤으로 여기고 체념한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더욱 시민의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 흔들림이 없어야 할 광주시 역시 엔데믹 시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그저 감염병 발생 숫자만 알려주고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하는 대책이라면 지난 정권의 유행어 각자도생이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해의 학동 참사에 이어 올해 초의 화정동 아파트 붕괴 참사가 이어진 것도, 그때 당시만 눈 감고 아웅 하듯 요란을 떨고는 슬그머니 나 몰라라 하는 눈치 보기 무능행정 때문이었다.

살인이나, 방화 같은 범죄가 중범죄로 엄한 벌을 받는 것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면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나, 감염병에 대해 나 몰라라 손 놓고 있는 것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방기하는 것이 틀림없다.

지난 민선 7기 시정의 핵심 구호는 일자리 창출이었다. ‘광주형 일자리’라는 고유명사에 이어 대통령이 직접 그 행사에 참석까지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의 그 광주형 일자리 창출은 어디로 갔는가?

일자리 10만 개 공약은 글로벌 모터스의 6백여 개로 땜질이 됐고, 화려한 행사의 거창한 구호는 휴지조각이 되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더욱 일자리 창출로 만들어낸다는 자동차 ‘캐스퍼’는 미래형 친환경 차도 아니고 탄소 중립에 역행하는 가솔린 차이며, 반값 임금으로 생산하니 값도 쌀 거라고 하더니, 그마저 사탕발림이었다.

그뿐인가? 그 차를 사는 시민에게 보조금까지 준다고 하니, 이는 우리 호주머니를 털어 생색을 내는 셈이다.

또 지난 화정동 참사 현장 근처 모텔방을 얻어 수염도 깎지 않고 덥수룩한 얼굴로 기자회견까지 한 시장은 무엇을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하루에 환자 발생이 만 명이면 한 달이면 30만, 두 달이면 60만이니, 5월쯤이며 1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우리 광주 시민 모두가 한 번쯤 코로나19에 걸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거리 두기나 방역에 대한 큰 틀의 원칙은 중앙정부가 마련하겠지만, 자치단체에서도 지역 특성에 따른 대책을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한다. 물론 시장이 병원 옆 모텔에 숙소를 얻어 수염도 깎지 않고 대책을 마련하고 기자회견까지 하라는 건 아니다. 그저 행정당국을 바라만 봐야 하는 힘없는 시민으로서, 무능력 무관심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시정이 답답하고 불안하다.

이제 우리 광주도 지역사회 돌봄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으면 한다. 갑작스럽게 닥치는 팬데믹의 감염병뿐만이 아니다. 예상되는 각종 질병이나 건강 문제까지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시적 보건 의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광주 공공의료원과 공공산후조리원 등 공공의료재단을 설립하여 산모와 영유아, 아동 청소년의 체계적 건강관리를 위한 시설과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제 질병의 팬데믹은 없어야 한다. 엔데 미도 없었으면 하지만, 광주 보건 의료정책이 학동 참사나 화정동 붕괴 참사처럼 사후약방문 땜질식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으로 꼭 바뀌어야만 한다.

저작권자 © 뉴스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