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표 전 금파공고 교장
기금표 전 금파공고 교장

대한민국 청년의 삶은 암울한가? 숫자로만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Z세대'를 MZ세대라 부른다. 이 세대는 지난 20년 전 청년과 비교하면 소득은 1.4배가 증가했지만 빚은 4.3배 늘었다. 우리나라 인구에서 MZ세대 비중은 높다. 약 47%로 경제활동 비중은 높지만 다른 세대와 비교해 여러모로 취약하다. 부채가 연 소득의 두 배가 넘어, 이미 260조 원에 이른다. '시한폭탄'이라는 말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될 것이다.

광주와 전남을 비롯한 지방 거주 청년은 불안하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지역을 떠난 청년들은 어디로 갔을까? 가장 많이 전출한 지역은 경기도다. 약 1만 2천800명이 이동했으며 서울 6천800명, 대전 4천800명 순이다. 전체 이주 지역 중 수도권만 53.5%에 이른다. 청년들의 이탈은 비단 광주전남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마냥 손 놓고 있지 않았다. 국가균형발전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청년 정책은 총 2천930개에 이른다. 중앙정부 239개 외 자치단체 정책은 2천691개나 된다.

청년 정책이 가장만은 지자체는 전북이다. 전북의 청년 인구는 약 55만 명이지만 청년 정책은 373개로 가장 많다. 경기(318개, 422만 명), 서울(294개, 345만 명), 경남(100만 명, 281개) 등 청년 정책은 즐비하다. 그 많은 청년 정책에도 불구하고 왜일까? 왜 지방을 떠나 서울로 경기도로 떠날까? 이유는 간단하다. 청년 정책의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다. 그럼 왜 안 맞을까? 나는 자장면을 먹고 싶은데 중국집 사장님은 자꾸 "짬뽕을 먹어 보라" 고 권한다. 이번 달에는 특별 할인해서 싸고, 해산물도 더 푸짐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먹고 싶은 자장면을 포기할까? 아니다! 먹고 싶은 자장면을 먹기 위해 다른 중국집을 찾아 떠난다.

청년 정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교육 훈련 제공이 637개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현금지원 507개, 취업처 제공 359개 등의 순이다. 학력별로는 고교생 대상 정책은 11%인 반면, 대학생 정책은 66.9%다. 이를 다시 전공별로도 구분해 보면 이공계열 중심의 정책은 54%다. 청년 정책이 결코 부족한 것이 아니다. 내가 먹고 싶은 게 뭔지 모르거나, 자장면을 잘 만들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자꾸 짬뽕을 권할 수밖에... 또한 여전히 미혼 청년을 염두에 두지 않은 기혼자 중심의 저출산 대책이다. 아이 키우는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것만으로 청년이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결혼 기피가 인구 감소의 중심에 있는 이상, 마음 놓고 일하며 결혼하고, 삶을 누리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을 청년이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존 저출산 대책에는 결혼을 꺼리는 미혼 청년의 일과 생활, 그리고 마음에 대한 고려가 없다. 미혼 청년이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에 따라 결혼을 결정한다면 ‘결혼-출산-양육-교육-노동-노후'로 이어지는 생애 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이 인구 정책에 들어와야 한다. 그 시작은 청년 정책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어한다. 지금까지 현재의 조건과 변화의 흐름이 올곧게 저출산을 향해 있다면 정말로 저출산이 문제인지, 왜 우리는 저출산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지 원점부터 재검토해 봐야 한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통해 "서울을 떠나지 말고, 서울과 가까이 있으면서 문화와 안목을 잃지 말라"라고 전했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라는 말이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속 가능한 광주를 위해서는 다양한 청년 정책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 청년 사회수당 확대, 공공기관 청년 일자리 지원 솔루션 강화, 청년 테마 공간 조성, 청년 갭이어(gap year) ‘틈새학교’를 통해 진로탐색 보장, 청년 참여예산 할당제 도입,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연계 청년 누구나 대출 등의 청년 정책들을 추진해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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