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태(조선대학교 교수)
김일태(조선대학교 교수)

4년마다 실시되는 자치단체장 선거는 자리를 지키려는 현직과 자리를 뺏으려는 도전자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앙금이 지역사회를 분열시키는 폐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지방자치제를 폐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의 진정성과 가치관, 열정 등이 점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지도자로 나서겠다는 사람들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분명한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정책을 바탕으로 평가를 받는 사람이 올바로 된 지도자다.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듣는 훈련부터 쌓아야 한다. 자치단체장이 되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야 하는데, 그 첫째 조건이 잘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민들의 생각을 경청하되 중심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 말만 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서 지도자로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들은 얘기를 잘 해석해 내고, 다시 잘 전달하는 능력도 동일하게 중요하다. 모두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며 살지만 그것을 가릴 줄 아는 사람, 그가 바로 훌륭한 지도자이다.

그동안 자치단체장의 비전과 행보는 콘텐츠를 말했으나, 실행에 있어서는 치적 중심의 하드웨어에 집착했다. 개인의 입신양명이나 정치적 행보에 의해 예견된 결과였다.

건강한 시민사회를 육성하고 지역사회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헌신하며, 청렴한 공직활동으로 주민의 모범이 되고 지역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와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자치단체장을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흔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말하는데, 이는 오산이다. 자치단체장은 우물 안 개구리 격이 아니고 중앙정부에 끊임없이 정책 아젠다를 제공하고, 세계 속에서 내 지역을 상품으로 내놓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다. 통찰력과 추진력 있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지도자는 유동적이고 변화가 많은 상황일수록 다른 사람의 말을 더욱더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대표하는 집단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의견 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대립하는 양쪽에 다리를 놓아주고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책무이며 역할이다.

자치단체장의 지도력은 영도력으로 평가받는다. 권위만 내세워 자리를 즐기는 지도자와 권력에 아부하는 영혼 없는 기생충들은 조직은 물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크게 훼손한다.

율곡 선생은 꽃과 열매는 함께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권좌에 앉았다고 마치 다 가질 것처럼 지도력을 남용한다면 조직과 역사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입지자들은 비방과 흑색선전 등에 연루되지 말고 ‘선함과 진실함’으로 주민들에게 심판받길 바란다. 그래야 정당하고 권위 있는 지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권자들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자치단체장으로 뽑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지연, 혈연, 학연을 선호하는 정파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진짜 중요한 지도자 덕목을 간과해왔다.

지도자는 지도자다워야 하고, 유권자는 그런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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