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영 자치분권포럼 광주.전남 사무국장
이문영 자치분권포럼 광주.전남 사무국장

이상 기후가 되풀이되며 올봄 가뭄도 예외 없이 수원지를 마르게 하고, 이른 더위가 옷차림을 망설이게 한다. 더욱이 지난 3월 9일 대선에 이어지는 지방선거의 열기가 뜨겁다. 우리 광주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이 마치 양당 후보의 격전처럼 치러진다.

하지만 이 대결 역시 한 치의 양보가 있을 수 없다. 후보의 과거 업적이나 미래에 대한 식견, 그리고 인품과 행적 등을 철저하게 따지고 규명하게 된다. 당사자에게는 피를 말리는 과정이고 그 과정을 함께 하는 시민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민선 8기를 이끌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이다. 곧 지방정부를 이끌 수장과 시민을 대신해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을 지켜볼 의원을 뽑는 실로 중요한 일이다. 어떤 인물을 뽑느냐에 따라 우리 시민의 안전과 행복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주고 우리의 피땀 어린 혈세가 시민을 위해 잘 쓰이느냐, 낭비되고 소모되느냐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우리는 지난 대통령들이 밀어붙이기 정책으로 4대 강에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는 것과,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가 혈세를 농락하는 참으로 허망한 현실을 겪었다. 그리고 또 또다시 수조 원의 혈세로 새로 짓지 않아도 될 대통령 관저를 짓고, 나라의 안보와 직결되는 국방부가 철새처럼 짐을 싸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한 사람의 선출 정치인에 따라 이렇게 쓸데없는 정책이나 소모전이 되풀이된다. 이명박 정권 시절 물대포와 차벽 산성이 시민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박근혜 정부는 촛불로 무너졌다. 이런 일들은 대통령의 불행이 아니라 국민의 불행이다. 따라서 국민의 입장에서는 내 한 표가 곧 나와 우리, 그리고 국가가 나아갈 방향까지 바꾼다는 것을 명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는 국가만의 일이 아니라 지방정부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우리 광주만 해도 그렇다. 시장의 능력이 정책과 인사에서 빛을 발하는데, 얼마 전 이용섭 시장의 친동생이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시장의 동생은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예정지인 서구 중앙공원 2 지구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가 재선정된 ㈜호반건설에 철근을 납품하고 4억 2천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 형인 시장을 들먹여 호반에 행정편의를 봐주겠다고 회유해 부적절한 잇속을 행긴 혐의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다는 속담이 딱 어울린다.

비서실 직원들이 세계 김치축제 대행업체 선정을 바라는 업체로부터 자동차 등 금품을 받은 것은 권력을 이용한 시장의 측근 비리이다. 이는 시장의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은 것이니,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최순실 비리와 다를 바 없다. 

그뿐인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한국형 일자리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퇴물 정치인에게 자리를 맡기는 등 물의를 빚다가 결과물로 나온 것이 탄소 중립에 역행하는 소형 자동차 ‘캐스퍼’ 생산이다. 1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더니 6백여 명의 고용에 그쳤고, 예약판매라는 이름으로 판매 대수를 부풀렸다. 시민 구매자에게 혈세까지 지원하는 막무가내식 업적 홍보로 시민의 눈과 귀를 가렸다.

전기나 수소차가 아닌 이 휘발유 경차를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또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서 구매한단 말인가? 깊이 따져보지 않아도 이 ‘캐스퍼’의 운명은 앞으로 시민의 혈세를 먹는 하마가 되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리라는 게 세간의 평이다. 

그래서인지 광주시민의 여론이 따갑다. 또한 그 여론의 흐름이 뚜렷이 눈에 보인다, 도전자인 강기정 후보와 수성자인 이 시장의 여론조사 결과가 그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각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결과가 8대 4로 강기정 도전자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승률 8할이면 야구선수로서는 직구며 변화구 가릴 것 없이 어느 구종도 받아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그런데 4할의 이용섭 후보를 아리랑 볼을 던지는 투수로 비유하고 있어 흥미롭다. 

아마도 현재 공사중지 상태인 광주천 아리랑 물길에 빗댄 표현인 듯싶다. 선거에 나선 후보 자건, 지켜보는 시민이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심정일 것이다. 여론조사와 향후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피 말리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기만 할 게 아니라 시민들의 깊은 관심과 현명한 판단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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