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새 빛의 정에 포럼 사무총장·전 광주시 의원)
김영우(새 빛의 정에 포럼 사무총장·전 광주시 의원)

30년 가까이 지방선거를 실시해왔지만, 정작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유능하고 청렴한 인물을 뽑기 힘든 이유는 중앙집권 군사독재 시절의 그릇된 인재관이 여전히 지역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앙집권 시절의 지방 사람들은 서울 명문대 입학자, 고시 합격 인재를 배출하는 것을 최고로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알짜배기는 서울로 가고 지스러기는 고향에 남는다는 식이었다. 중앙에서 지방의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에는 중앙에 지역 인재를 보내서 고향을 위해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 생존전략이었다. 문제는 자치 시대에도 중앙집권 시대의 인재 배출 방식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지역을 경영하는 최고 자원은 풍부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생산적인 조직, 그리고 리더십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우리 지역에 없는 것은 자원이 아니다. 자원을 볼 줄 아는 눈과 자원을 활용하는 능력이 모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만일 스스로 그릇을 헤아려 한 지역을 경영할 재주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원하여 참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는 말을 남긴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우리 지역에는 공직 그 자체를 경쟁의 목적으로 삼아서, 공직이 목표이고 목적인 사람도 많다.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말했듯이 하루에 만기를 처리하는 자치단체장의 모습은 주민의 정치적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민들은 헌신하는 자치단체장의 모습에서 힘을 얻기도 하지만, 그들의 무능과 부패를 목도하면 그냥 힘이 빠진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수필가·비평가인 폴 발레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자치단체를 경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세우고, 공유된 목표에 입각하여 경영함으로써 고유한 지역 브랜드를 만드는 지역이 많다.

그러나 주어진 일상과 관성에 따르면서 가능성과 기회를 놓치고,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곳도 많다. 도처에서 절위가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돌이 모자라서 석기시대를 마감한 것이 아닌 것처럼, 지방분권이 중앙집권보다도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려면 먼저 지방의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방이 더 청렴하고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자치단체장은 수백 명 또는 수천 명의 공무원을 지휘하고 지역민들의 복지증진과 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력직 공무원들보다 뛰어난 특별한 자질을 요구한다. 그 자질 중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적재적소에 공무원을 배치하고 그들과 함께 기관을 합리적·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과 자치단체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 도덕성이 우선시 되고 있다.

또 선거기간 많은 유권자를 만나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애로사항과 지역의 발전을 위한 숙원사업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실현 가능한 공약을 발표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여러 정치환경의 변화를 차치하고 향후 4년간 지역 살림을 책임지는 대리경영인을 선출한다는 측면에서 보다 냉정하고 엄정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 기준으로 능력과 청렴성을 함께 갖춘 후보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 조건이 충족치 않는다면 보다 신중한 선별작업이 필요하다.

‘위민선정’이라고 유권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가치관과 열정, 추진력을 가진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 발전하고 체감 행정을 느낄 수 있다. 공직 후보 선택 권한은 온전히 유권자 몫이다. 선출 후 수혜와 책임 또한 유권자가 갖게 된다.

저작권자 © 뉴스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