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권석(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교수)
선권석(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교수)

민선 7기 광주시가 대표적인 시정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게 광주형 일자리와 인공지능(AI) 대표 도시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는 일자리 창출의 근간임에도 실상을 더듬어 보면 ‘안 좋은 일자리의 전형’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더욱 ‘인공지능(AI) 대표 도시’는 ‘실체가 없어’ 수천억 원의 지방비와 국비를 헛되이 쓰고만 껍데기 사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광주시 첨단 3지구의 국가 인공지능(AI) 집적 단지가 2023년 문을 열 예정으로 조성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 축사를 통해 “첨단 3지구에 자리 잡을 국가 AI 융복합 단지에 창업·연구·인재 양성 기반과 세계 최고 수준의 AI 데이터 센터는 향후 4년간 6천200억 원을 들여 1천2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시 “AI 데이터 센터는 대한민국 AI의 핵심 거점, 정보통신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꿈을 실현해 줄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영상 축사에 당시 이용섭 시장은 “AI 집적 단지가 조성될 첨단 3지구의 국가 AI 데이터 센터는 광주의 미래를 이끌 AI 산업 육성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호응했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광주의 AI는 과연 실체가 있는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첨단 3지구의 국가 AI 융복합 단지는 국가 AI 데이터 센터와 데이터 실증센터(데이터 테스트 배드), AI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AI 사관학교가 들어설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 AI 데이터 센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다. 4차 산업혁명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라면 데이터 축적과 업그레이드된 데이터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데이터는 AI의 핵심이요, 기반이어서 관련 데이터 베이스 구축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 관련 데이터(현대기아차 자료 축적), 에너지(한국전력,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문화콘텐츠(카카오, CJ 등 국내 대표적인 콘텐츠 업계),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서울대, 삼성, 현대, 전남대 병원 등) 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데이터 센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이들 업체 및 기관들과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아니면 데이터를 자체 생산·구축해야 하는데 이들 업체나 기관이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해온 자신들의 지적 재산인 데이터를 공유할리 만무다.

또한 값으로 매기기 힘든 데이터를 돈을 주고 구할 수도 없다. 결국 국가 AI 데이터 센터가 들어선다 해도 필수적인 데이터가 없어 껍데기에 불과한 값비싼 대형 컴퓨터 몇 대 들여놓은 모양새에 불과한 셈이다.

그래서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맹이 없는 대형 컴퓨터를 들여놓을 부지를 선정하고 땅 사고 건물 짓고 하는데 예타(예비 타당성) 면제 국비 사업으로 3천억 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 말았다는 조소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광주시가 150여 개 AI 기업·기관들을 유치했다는 것도 사실은 MOU(정식 계약 체결에 앞서 투자에 관해 합의 사항을 명시한 문서)에 불과하고 정식 투자 협약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국가 데이터 센터 운용에 필수인 데이터가 없는 껍데기를 보고 어떤 기업이나 기관이 정식으로 AI 관련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나서겠는가.

또 어떤 이들은 3천억 원 이상을 들여 짓고 있는 국가 AI 센터는 “AI 홍보센터, 전시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지적을 받고 있는 국가 AI 데이터 센터를 거론해 “인공지능(AI) 대표 도시로 도약할 기틀을 마련했다"라고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시정 담당자들로부터 답을 듣고 싶다.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광주시의 미래를 좌우할 사업이라고 호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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