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삼광(호남대학교 교수)
오삼광(호남대학교 교수)

‘코스트코, 스타필드, 롯데몰, 트레이더스, 노브랜드버거, 쉑쉑버거, 이케아, 블루보틀, 운전면허시험장, 쿠팡와우, 마켓컬리, 쿠팡이츠, 케치테이블, 워터파크, 스타벅스 리저브, 명품매장(롤렉스, 샤넬 등), 5성급호텔, 래미안 아파트, 고층 빌딩 모여 있는 기업 입주 시설, 대형 놀이공원, 챔피언필드.종합버스터미널 등 유동 인구 많은 곳에 정차하는 지하철, 강에 마련된 공원’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기간 인터넷에서 ‘광주에 없는 것들’이라는 게시글이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인구 145만명에 달하는 광역시에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신문에는 이마트와 코스트코가 서울 수도권엔 10여 개 있고, 부산·경남권엔 5개, 다른 대도시들에도 몇 개씩은 있는데, 광주에는 하나도 없는 지도가 게재돼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광주 유세에서 발표한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약속이 호남을 넘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복합쇼핑몰은 상업 시설이면서 동시에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이다. 물건도 사지만 먹고 즐기고 영화도 보는, 가족 또는 연인들의 여가.휴식 장소이기도 하다. 동시대 도시인들의 평일과 주말 생활이 이뤄지는 곳 그 자체다.

지금은 복합쇼핑몰이 그 공원과 다운타운 기능을 한다. 없는 게 없고 편리한, 주로 지하철역과 연결된 이런 몰이나 대형마트에 와보는 지방 중소도시 거주자들은 자기네 도시에도 스타필드, 롯데몰, 코스트코 같은 곳이 하나쯤 생겼으면 하는 부러움과 바람을 갖게 된다.

실제 광주지역 한 일간지가 지난해 7월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광주시민 81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8%의 응답자가 ‘복합쇼핑몰 적극 유치’에 찬성한다고 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역의 한 경제인은 "전통시장과 복합쇼핑몰을 주로 이용하는 수요층이 다르다"며 "광주의 부족한 생활 인프라 탓에 어쩔 수 없이 대전과 경기도 안성까지 오가곤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입점하면 유동 인구 급증으로 주변 골목상권도 덩달아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오래전에 나와 있다. 서구 양동시장과 북구 말바우시장 등 오랜 역사의 전통시장은 맛 좋고 인심 좋은 광주 음식점들과 함께 관광상품화 해볼 수도 있다. 대기업과 중.소상공인들의 ‘상생’은 방법을 찾기 나름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 "정치인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서생적 문제의식이란 삶의 이상을 좇는 것을 말하고, 상인의 현실감각이란 먹고사는 생계에 게을리하지 않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이론과 실제의 밸런스가 중요함을 말한 것이다.

세기적 혁명가 체 게바라도 같은 요지의 다른 표현을 썼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불가능한 꿈을 꾸자(Be realistic, demand the impossible)"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딛되, 높은 꿈과 비전을 추구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 사회 모든 영역이 그러하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이론만으로 그 분야가 발전할 수는 없다. 어떤 분야이든 현장의 경험과 감각이 담긴 실제가 이론과 결합했을 때 비로소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치단체장에게도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로지 시민들의 삶의 질만 생각하는 서생적 의식과 상인의 감각을 겸비한 민선 8기 광주시장이 탄생해 광주공동체를 이끌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시민들이 원하는 것과 광주에 없는 것들을 해결해서 시민의 삶의 격을 높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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