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순 (사)안전모니터봉사단 광주연합회장
고윤순 (사)안전모니터봉사단 광주연합회장

이름부터 생뚱했다.

틀린 건 아니지만 느낌이 달랐다.

‘광주천 아리랑 문화물길’이 그렇다. 아리랑은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는 우리의 민요이지만 물길이 아니라, 고갯길이다.

물길은 냇물인 ‘나’와 바닷물인 ‘여’가 우리 고유어이다. 그래서 이 ‘냇물’인 ‘나’와 ‘나’ 사이의 땅인 ‘나나’가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광주천 이름은 1916년 일제가 ‘하천 이름을 발원지 산이나 하천이 있는 고을 이름’으로 하라는 지침 때문이었다.

이 광주천은 무등산 장불재 아래 샘골에서 나와 영산강이 되기까지 23Km를 기세 좋게 달리며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용연동에서는 용의 모습인 용추천, 금동에서는 비단결처럼 고운 금계, 불로동에서는 주렁주렁 대추처럼 붉은 햇살이 비춰 대추 여울인 조탄 이었다.

또 무등경기장에서 서방천과 만나 한강과 대강, 광주시청 즈음에서는 나룻배가 닿는 혈포였다. 이어 영산강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극락강’이다. 두 물줄기가 합류되는 곳은 ‘두물머리’다. 마치 나무 두 가지가 힘차게 뻗어 오르는 모습이어서 ‘가지강’인데, 이 나무의 시작이자 밑동을 의미하는 ‘극강’이 ‘극락강’이 되었다.

지금 광주환경공단이 들어선 곳은 극락강이 만든 아름다운 은빛 모래밭 삼각주였다. 삼각주는 기름진 땅이니, 인간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곳으로 또 극락인 셈이다.

이런 역사와 생태환경의 광주천은 시장으로는 남광주, 금동, 양동시장, 극장으로는 문화, 아세아, 한일, 현대, 광주, 태평, 동방, 남도, 천일 극장 등을 좌우로 두고 시민과 함께했다. 지금의 금동 시장은 이름만 남았고, 극장도 광주극장이 옛 명맥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방림교와 발산교 일대는 빨래터였다. 불로동에서 양동에 이르는 모래밭에서는 약장수, 판소리와 창극의 가설무대가 열렸다. 남광주에서 극락강에 이르기까지 작은 소에서는 낚시꾼과 왜가리들이 사이좋게 물고기를 잡는 아름다운 광주천이었다.

이 광주천이 인구증가로 오염이 가속되어 그동안 여러 해결방법이 나왔고, 이번 민선 7기는 ‘광주천 아리랑 문화물길 조성사업’이 공약이었다.

이에 대해 광주시 모의원은 ‘하수처리 용량이 초과하면 광주천으로 오수가 배출되어 수질 악화를 초래’한다며 ‘광주천 아리랑 문화물길 조성사업계획은 수량확보, 수질개선, 보설치, 친수공간조성 등의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이용섭 시장에게 ‘하수관로 정비사업 추진, 재원확보 특단의 대책 마련, 오 우수 분류식화 사업, 중앙오수간선 관로사업’ 추진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후 이 사업은 지하철 공사를 핑계로 중단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향성 압입공법’이면 기간 내 마칠 수 있는데도 땅을 파서 관을 묻는 기존의 개착공법이라 늦어진다‘고 했다.

또 현재 대다수 상하수도관 공사는 ‘고밀도 PE압력관’인데, 기존의 주철관 자재의 낡은 관로 공법을 고집하는 것도 의혹이라고 했다. 환경단체도 ‘주철관은 노후 되면 녹물이 발생해 중금속을 배출한다’며 ‘수질을 개선해 생태하천으로 광주천을 복원하겠다는 사업 취지와도 크게 어긋난 일이다’고 했다.

이것은 개착공법에 쓸 용수관을 녹물이 발생할 주철관으로 미리 구입해 놓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며 자재 ’납품 의혹‘까지 제기했다. 또 국가하천 및 광주환경공단 점유지를 사용허가 없이 공사를 시작하고, 책임감리, 시공사 실정보고도 무시하고 발주처에 전달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공사 중단 이유는 지하철이 아니라,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었던 것이다.

물론 시민 혈세인 시비 400억여 원의 이 사업이 아리랑 고개를 넘지 못하는 이유가 그 이름 때문은 결코, 아니다. 그럼 에도 금계와 조탄의 뜻인 ’비단물길‘이나, ’대추여울‘이었으면 더 순조롭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모든 게 인재이다. 민선 8기의 새 시장은 그동안의 잘못된 부분을 과감히 정리하고 광주천 살리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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