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수 ESG 광주.전남네트워크지부장
정진수 ESG 광주.전남네트워크지부장

시골이나 도시나 다 사람 사는 곳이다. 어느 곳이건 사람이 살만한 삶터가 되도록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으고 참여했다.

시골 마을에는 마을계획이 있었을 리가 없다. 그럼 에도 초가건, 기와건 산등성이와 지붕의 곡선이 어울렸다. 고샅길과 도랑도 사이좋게 어울렸다.

햇볕 따뜻한 곳에 상엿집을 짓고 마을 들머리의 서낭당은 마을의 안녕과 지나가는 길손의 평화까지 빌었다.

자연 친화와 인본사상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곳이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산업화의 인구집중으로 급속도로 진행된 도심의 난개발은 도시계획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 이의 해결을 위한 각종 정책의 시행과 성패는 시민의 삶의 질에 직결되었다.

우리 광주시도 2020년 10월 30일 난개발을 막고, ‘사람이 먼저, ‘환경과 조화, 전통과 미래의 공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도시건축선언’을 발표했다.

또 이 선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행되도록 2021년 5월 6일 ‘도시건축 선언 이행 매뉴얼’까지 만들었다. 매뉴얼은 총 10개 조문으로 계획과 목표, 추진과제와 전략, 체계별로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성과를 관리하고, 특히 추진부서와 일정까지 명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빛 좋은 개살구란 말처럼 그저 선언에 그친 말 잔치에 불과 하다. 광주시는 시와 시의회, 시민단체, 건축정책가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이행과정을 모니터링, 평가하고, 2년마다 성과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직 위원회도 없는데, 그 보고서는 누가 만든단 말인가? 말만 앞세운 꾸미기 포장 행정이 이를 말함이 아닌가 싶다.

도시는 소규모 주민이 자작일촌 하는 옛 시골 마을이 아니다. 우리 광주만 하더라도 150만 시민이 사는 곳이다. 구도심과 신도심이 있고, 도시계획 이전 도심의 도로, 주택, 유해환경 등의 난맥상도 한두 곳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이 문제를 거창한 선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광주시는 이제라도 도시건축 선언을 구체적으로 실행 적용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허울 좋은 이름 뿐만의 선언이 아닌 이행 매뉴얼이 실행력을 갖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각종 법정·비법정 계획, 시행 규칙 등을 다룰 위원회의 심의 기준 및 지침, 실무부서 업무 적용 근거 등 제도를 한시라도 빨리 정비해야 한다.

또한, 조례 재·개정을 통해 광주 도시건축 선언과 이행 매뉴얼 에서 다루는 내용을 정책으로 구체화하여야 한다.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근거 조항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부시장급으로 영입한 총괄 건축가의 권한도 대폭 강화하고, 도시건축 정책 전반을 효과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권한과 전담부서의 조직도 필요하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 시민이 자신이 사는 삶터인 도시건축의 미래를 내다보고, 상호 소통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는 도시건축센터 활성화가 그것이다.

현재도 전형적 ‘먹튀’였던 ‘어등산개발사업’처럼 ‘평동준공업지역도시개발사업’이 졸속 진행되고 있다. 불합리한 사업 구조와 문화전문가와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해 사업 위험이 너무 큰데도 광주시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구도심인 ‘북동 도시환경 정비사업’ 역시 오로지 사업성에만 초점을 맞춘 재개발이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광주 도시건축선언’은 평화롭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광주다움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행정과 주민, 건축가와 민간 사업자의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후 위기의 시대, 2045년 에너지 자립, 탄소중립을 선언한만큼 도시·건축에서도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개발과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을 깨고 소외된 구성원을 포용해야 한다. 안전과 풍광, 녹지와 문화를 품은 아름다운 광주와 그곳에 삶터를 둔 시민의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도시건축선언이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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