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의 글이라서 다소 딱딱하기는 하지만, 윤석열 후보를 잘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신광조 대표(사실과 과학)
신광조 대표(사실과 과학)

"한때는 나는 인간은 인간답게, 개는 개답게 사는 것이 각자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니까,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건 몰라도 집안에서 키우며 개에게 옷 입혀놓고 한 침대에서 뒹굴고 그러는 건 개에게도 몹쓸 짓이라고 여겼었다.

그런 이유로 강아지 키우고 싶다는 어린 아들의 간절한 소망을 십여 년간 묵살해왔다. 대신 보상으로 자라, 올챙이, 햄스터 등등 우리에 가두어 놓고 키울 수 있는 온갖 애완동물들을 키워 보았지만 강아지를 향한 아들의 일념에 결국 항복했고, 미미라는 이름의 반려견과 한 집에서 동거를 한 세월이 어느새 십 년을 훌쩍 넘겼다.

근데, 우리 아들은 엄마를 닮았는지 미미를 끔찍이 이뻐하면서도, 녀석이 초기에 설정한 미미와의 관계는 이도령과 방자와 같은 것이어서, 아들은 미미와 놀 때 자기를 꼭 주인님이라고 칭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녀석이 미미랑 지껄이는 얘기를 옆에서 들어 보니 “형이 이거 줄께” 어쩌고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왜 주인님이 아니고 형이냐고 물었더니 아들은 “엄마, 미미가 나를 주인으로 인정을 안 해.”라는 것이었다.^^ 반려견이란 이런 존재인 것이다.

최근 윤석열 후보의 개 사과 논란으로 실망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여기에 대해 내가 뭐라고 얘기하면 친구라서 무조건 감싸고 돈다고 할까 봐 그 동안 조용히 있었지만, 자꾸 이상한 쪽으로 이야기가 흐르는 것 같아서 답답한 마음에 이 글을 쓴다.

대학 시절부터 친구로서 수 십년 내가 지켜본 윤석열은 뚜렷한 소신을 가진 강단있는 친구지만 동시에 마음이 무척이나 따뜻한 친구이다.

자신을 그럴싸하게 꾸미는 데는 영 서툴지만 알면 알수록 투박한 질그릇 같은 소박한 매력이 넘치는 친구이다.

그런 그이니 어쩌다 등 떠밀리다시피 정치판에 들어서기는 했어도 정치인들의 매끄러운 화법이나 치장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적응기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 여름 그의 카톡 프로필이 너무 밋밋한 백지상태인 것을 보고 답답해서 사진이라도 좀 넣고 단장해보라고 조언을 했더니만, 반려견들과 찍은 사진 한 장 달랑 올려놓고는, 우리 애기 이쁘지 어쩌고 하며 반려견 자랑질에만 바빴던 사람이 윤석열이다.

나는 우리 미미가 아무리 이뻐도 물론 우리 아들보다는 후순위이다.

하지만, 자식이 없는 윤석열에게 토리나 다른 반려견들은 자식같은 존재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자식들이다.

그런데, 세상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식을 다른 사람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도구로 이용할까?

실제 텔레그램에 사진과 함께 올라온 문구를 보면 아빠 닮아 사과를 좋아하는 토리는 사과 먹고 사과 안 좋아하는 나래(고양이)는 추루나 먹으라는 내용이다.

이걸 사과는 개나 처먹으라고 해석하는 건 오히려 다른 의도가 깔린 왜곡이 아닐까?

그래도, 세상사람 모두가 반려견을 키우는 것은 아니고,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는데,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생각이 너무 짧았던 것 같다.

더군다나 정치인 윤석열이 그래서는 곤란하다. 정치인은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나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배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개사과 사건을 지켜보며 세련된 정치가가 되기에는 아직은 윤석열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민감한 시기에 이렇게 오해받기 십상인 글을 올리는 그의 무신경에는 나도 약간 짜증이 났다.

하지만, 정치에는 전혀 뜻이 없던 그를 국민들이 정치판으로 불러낸 것은 그가 세련된 정치가라서는 아니었지 않나? 나라 돌아가는 꼴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그 판을 확 바꾸어 달라고 그를 불러낸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은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불의와 부패가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 현실과 맞서 싸우며 공정과 법치를 바로 세워줄 수 있는 사람이고,

국민들은 검찰총장으로서 살아있는 권력과도 당당히 맞서며 법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던 윤석열이야 말로 이러한 사명에 가장 적임자라고 여겼기에 후보로 나서기도 전부터 그렇게 뜨겁게 지지했던 것이다.

개사과와 같은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금상첨화이지만 그런 문제는 앞으로 차차 개선해나가도 되는 사소한 문제 아닐까 싶다.

그러니 윤석열의 투박한 무신경을 탓할지언정 토리에 그의 대한 사랑마저도 국민들에 대한 조롱으로 왜곡하는 이들의 선동에 넘어가 앞에서는 사과하고

뒤돌아서는 침 뱉는 이중인격자라고 오해하는 일만큼은 제발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이 글을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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