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와 'D'의 사이에서

신광조 대표(사실과 과학)
신광조 대표(사실과 과학)

가을이 깊어진다. 딱 이런 문제를 생각하기 좋은 시간들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말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다'고.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 지조차 모르는 선택의 상황에 직면하면 회피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무 선택도 선택이라고 하지만, 그러나 무 선택은 선택이 아니다. 분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무 선택은, 얼렁뚱땅 회피할수록 인생의 괘도는 나쁜 곳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에 든 초콜릿과 같다. 어떤 초콜릿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이 우리의 인생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영화 <포레스터검프>중에 나오는 대사이나,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서 이 바쁜 시간에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서 예외 없이 죽는다. 그러나 제대로 살다가 제대로 후회 없이 죽는 사람은 별로 없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B와 D 사이의 C를, Choice 는 커피회사에 맡겨 두고, 창조 (Create)로 바꾸고 싶다.

무엇을 위한 창조인가? 까뮤는 말했다. 한 인간이 이룩한 업적과 성공은 그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흘린 눈물의 양과 질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마땅히 세상을 위한 창조는 사랑의 생산이고 창조다.

이타적인 사랑, 배려와 희생이다.

순수하고 순결해 아이 같은 사랑, 아니 짐승 같은 사랑이다.

이 세상에서 이타심이 없이 창조된 위대한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인류의 역사는 이타심에 의한 희생의 눈물이 남긴 역사이다.

내일이면 우리는 교회에 간다. 교회에서 말하는 자신을 위한 구원은 가짜 구원이다. 타인을 위한 구원만이 진짜 구원이다.

사랑은 인간이 태어난 존재의 이유요, 하느님과의 ‘공동 사역과정’이다.

자신에게 복을 달라고 비는 것은 진정한 종교의 영역이 아니다. 자신을 버려 타인을 위해 쓰여 지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비로소 종교의 영역이 된다.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 매우 단순한 문제이다.

국민을 진정으로 가장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면 된다. 국민을 위해 맨 처음 울고 끝까지 울 사람을 뽑으면 된다.

누구나 인간은 장단점이 있고, 부족하다.

그가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이라면, 자신에게 충성하는 부하가 아니라 국민을 사랑하는 참모나 부하를 찾아서 쓸 것이다. 모든 원천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랑을 하고 나누어주기 위해 자신이 믿는 신과 함께 날마다 창조를 해야 한다.

무소유라는 책을 남기고 떠난 법정 스님은 해남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상과대학을 다니다 曉峰 스님을 만나 스님의 길을 걸었다.

나는 스님이 불일암 암자에 머무를 때, 한겨울이면 먹이가 없어 내려오는 새들과 노루들을 보살피는 모습을 보면서 참 종교인의 뒷모습을 보았다.

책이 팔려 인세가 들어오면 대학생들의 장학금과 장애인 보살피기에 아무도 모르게 다 내놓았다. 생전 화를 안 내는 분이 출판사에서 입금이 안됐다고 호통을 쳤다. 장학생들을 위해 내야 할 등록금이 밀렸기 때문이었다. 통장 잔고는 늘 꽝이었다.

그런 스님을 스님이 돈을 밝힌다고 문화계에서 소문을 냈다.

수 만권의 무소유 인세를 다 챙겼다고 비난·비방하는 세태를 보면서 허탈하게 웃는 스님을 보면서, 무소유로 사는 순결하고 순정한 삶은 참으로 깊은 고독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았다.

▢대한민국의 정치인이나 행정인 등의 공직자 중에서도 B와 D 의 사이에서 C의 선택을 ‘Create’ 즉 얼마나 많이 사랑의 창조를 하고 떠날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한다.

삶은 별 것이 아니다. 누구나 태어나 누구나 죽는다.

얼마나 의미 있게 살다가 얼마나 우아하게 죽느냐? 는 문제만 남아 있다. (How to live meaningfully and How to die gracefully? )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공직자들이 많지만 행정공무원을 제대로 한 분을 나는 진념 장관으로 꼽는다.

경제 관료였지만, 우리나라에 社會開發이라는 개념을 행정에 최초로 도입하고 예산에 반영한 분이다.

지금 윤석열 유승민 후보 간에 벌어지고 있는 ‘중 부담 중 복지’ 논쟁을 보면 진념 장관님은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의료보험의 정착도 진념 장관의 공헌이 크다. 박정희 대통령이 “임자, 당신 같은 공무원이 한 명만 더 있다면 못할 것이 없겠어.” 했다는 분이다.

우리 공무원은 똑 같은 월급을 받으나, 1000명 분 만 명분 일을 하는 사람도 가끔 있고, 천 명분의 마이너스 역할을 하는 공직자도 있다. 나라를 아예 망쳐놓고 ‘장관 했네’ 하며, 비석에 새겨놓고 잠들어 있는 분들도 많다.

진념 장관은 1940년 생으로 전북 부안출신이다. 부안이란 곳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맛을 동시에 가진 곳이고, 홍준표 후보의 처가이다. 반계수록 등 실학사상의 모태가 된 책들이 집필 된 곳이고, 허 균과 플라토닉 사랑을 나눈 기생 매창의 고향이다.

▢허균의 매창에 대한 사랑과 이재명의 김부선에 대한 사랑을 비교해보며, 허 균이 기생 매창의 부음 소식을 듣고 애도하며 지은 시를 한 편 감상해보자.

梅窓의 죽음을 슬퍼하며

신묘한 시는 비단을 펼친 듯하고

청아한 노래는 구름도 멈추게 했지

반도(蟠桃, 하늘나라의 복숭아)를 훔친 죄로 인간세계에 유배 왔다가 선약을 훔쳐 인간세계를 떠났네.

부용꽃 수 높은 장막에 등불은 어둡고

비취색 치마에는 향기가 사라져가네

훗날 복사꽃 필 때

절도 (당나라의 명기, 여기서는 매창)의 무덤을 누가 찾아줄까

처량해라 반첩여의 부채(쓸모없는 부채)

서글퍼라 탁문군의 거문고(배신당한 여인의 상징)

나부끼는 꽃잎에 부질없이 한이 쌓이고

시든 난초에 공연히 마음상하네

봉래도 (신선이 산다는 섬)에 구름은 자취 없고

큰 바다에 달은 이미 잠겼네.

내년 소소(제나라의 명기, 여기서는 매창)의 집엔

버드나무 시들어 그늘 이루지 못할 테지

▢황진이에 버금간다는 매창의 글도 보자. 가을이니까.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더라.

내 정령(精靈) 술에 섞여 님의 속에 흘러들어

구곡간장을 마디마디 찾아가며

날 잊고 님 향한 마음을 다스리려 하노라.

기러기 산 채로 잡아 정들이고 길들여서

님의 집 가는 길을 역력(歷歷)히 가르쳐주고

한밤 중 님 생각날 제면 소식 전케 하리라.

등잔불 그무러 갈 제 창 앞 짚고 드는 님과

오경종 나리올 제 다시 안고 눕는 님을

아무리 백골이 진토 된 들 잊을 줄이 있으리.

내 가슴 흐르는 피로 님의 얼굴 그려내며

내 자는 방안에 족자 삼아 걸어두고

살뜰히 님 생각날 제면 족자를 볼까 하노라.

오늘 글은 진념 장관님과의 대화를 통하여 오늘날 한국의 정치 행정인 들이 국토 균형발전에 대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인드를 논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진념장관님의 고향 부안을 생각하다가 그만 기생 매창 생각에 빠져 들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 했습니다.

가을이 원수입니다.

다음 글부터는 해찰 하지 않고 잘 쓰겠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날 아름다운 꿈 가득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021. 10. 16. 토요일 10. 52. 물봉 신 광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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