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첫 문을 연 로스쿨은 올바른 로스쿨이 아닌 무늬만 로스쿨인 기형의 로스쿨이다. 원래 도입하려던 로스쿨제도의 목적, 취지와 본질은 사라지고, 오로지 과도한 규제와 통제 일변도의 새로운 법조기득권을 형성하는 이상한 로스쿨을 만들어 놓았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 있다. 첫째, 그 제도의 본질과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무늬만 갖추고 내용은 전혀 다른 눈속임의 제도도입은 필패이다. 둘째,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그 이전 제도에서 특권적 지위를 누리던 자들이 제도의 설계나 기획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기득권의 영속을 보장하면 새로운 독과점형태의 기득권층이 나타나게 되고 결국은 제도의 본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셋째,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그 제도가 정의와 형평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재단하여 자의적 배급(?)을 해서는 안 된다. 넷째,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그 제도가 제대로 착근·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정책적·환경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형해화된 로스쿨을 온전한 로스쿨로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현행 로스쿨의 문제점이 노정된 상태에서 야간 로스쿨 도입은, 넓게는 사회양극화의 해소와 공정사회구현이라는 차원에서, 좁게는 법학교육 및 법조인양성의 정상화를 위한 로스쿨의 구조조정 또는 구조개혁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법조인양성제도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의 최소화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공약으로 야간 로스쿨 설치를 제시한 바 있다. 현행의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도, 고비용구조, 변호사시험학원, 정부의 과도한 통제로 인한 폐쇄적‧독과점적 법조인 양성구조 등의 비난을 받으며 사회양극화의 대표적 제도로 인식되는 상태에서, 올바른 로스쿨을 위한 구조개혁의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며, 그 일환으로 야간 로스쿨 도입 논의는 실익이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공정성 확보차원에서도 그 도입 논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야간 로스쿨제도가 가지는 장점이 그에 수반되는 단점이나 비용에 비해 현저하게 크기 때문에, 야간 로스쿨제도의 도입은, 멀리는 사법개혁의 차원에서도 가까이는 로스쿨의 개혁차원에서도 그 실효성의 면이나 합목적성의 면에서 타당하다.

첫째, 로스쿨에의 접근성을 확장함으로써 법률가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법률가사회의 인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적 고려사항이 된다. 법률가사회를 구성하는 인적 속성이 다양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의 경력이나 출신배경 등이 다양하게 배치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현재의 로스쿨은 특히 직업 등으로 주간 시간을 활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절대적으로 폐쇄되어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을 쌓고 자신의 집단적 정체성을 확보한 사람이 로스쿨 혹은 그 연장선에 있는 법률가사회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 봉쇄되어 있는 것이다. 로스쿨에 다양한 인적 속성을 가진 학생들이 손쉽게 유입될 수 있도록 그 접근성을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여전히 신분상승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기대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경제적 소수자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이는 헌법에서 요구하는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구성되어 사회적·경제적 약자에게 닫혀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현재의 로스쿨제도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둘째, 야간 로스쿨은 로스쿨제도의 특징인 다양성, 전문성, 특수성에 부응한다. 학부에서 다양한 비법학전공자가 로스쿨에서 법학교육과 법조인자격을 취득하면 법조의 다양성‧전문성이 확보된다는 논거는 학부교육의 현실을 감안할 때 어불성설이다. 대부분의 학부전공이 교양교육에 치중하면서 최소한의 전공이수학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로스쿨의 다양성‧전문성 확보에 대한 논거는 오히려 학부졸업 후 일정기간 현업에 종사하면서 터득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로스쿨에 진학하여 법학교육과 법조인자격을 취득한 후 송무시장으로 몰리는 것이 아닌 원래의 직역에 복귀함으로써 로스쿨제도의 소기의 목적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주간 로스쿨은 풀타임 일변도의 교육과정을 취하고 있음으로 인해 직장인이나 가사종사자들은 그 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로스쿨에 접근할 수 없는 체제이다. 현행 로스쿨은 전업으로 이수해야 하므로 경력단절현상이 발생하므로 현업종사사자가 로스쿨진학을 선뜻 결심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현행의 주간 로스쿨은 입학요건에 있어서도 LEET나 학부성적, 외국어성적 등 성적중심의 사정체제를 취하고 있어, 대학 졸업 후 취업‧가사 등의 이유로 일정기간 동안 학업을 중단한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입시경쟁에 뛰어 들 수 없는 진입장벽을 구성하고 있다. 로스쿨 폐쇄성의 한 예이다. 반면에 야간로스쿨은 현업을 유지하면서 로스쿨과정을 밟기 때문에 법학교육과 변호사자격취득으로 현업에서의 경력 연속성 유지가 가능하다.

​넷째, 야간 로스쿨은 주간 로스쿨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기능이 있다. 즉 로스쿨 진학자의 주‧야간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기운영 및 학점취득의 유연성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야간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송무시장으로 몰리는 것이 아닌 현업복귀로 인하여 사회전반적인 법의 지배와 국가의 법치주의 및 법문화창달에 기여할 수 있다.

​다섯째, 야간 로스쿨은 향후 법률가일원화체제를 마련하는데 중요한 통로를 제공할 수 있다. 유사법률전문직에 어떤 방식으로 변호사자격을 부여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야간 로스쿨은 그들에게 현업을 유지한 채 법학교육체계로 끌어들여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가장 좋은 통로가 된다. 이 유사법률전문직에게 야간 로스쿨에서 일정학점 이상의 법학교육을 이수하게 한 다음 적절한 시험을 통하여 변호사자격을 부여함으로써 법률가일원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여섯째, 야간 로스쿨은 현재의 로스쿨이 사회양극화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피하고 희망의 사다리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로스쿨 개혁을 위한 논의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야간 로스쿨은 관료법조체제로 획일화되어 있는 우리 법률가사회의 다양성의 확보와 사회적 유연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므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어떤 형태로 야간 로스쿨의 체제를 형성할 것인가이다. 로스쿨개혁의 핵심은 사회적‧경제적 위치에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여기서 논의해야 할 주요과제는 로스쿨이 요구하는 비용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하여 상실하게 되는 기회비용을 어떻게 줄이는가의 문제이다. 야간 로스쿨제도는 직장인이 적어도 경제적 또는 사회적 부담 없이 변호사양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제도이다.

야간 로스쿨은 우리사회에서 소외계층이나 소수자집단 혹은 비전통적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설계과정에서 나름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야간 로스쿨은 기존의 정규적 교육체계가 가지는 경직성, 특히 생애적 경직성을 완화 또는 보완하는 최선의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야간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과정의 다양성을 인정하여 현재의 과도한 통제와 규제일변도의 독과점적 교육구조를 완화시키고, 법조계의 다양화를 유도할 수 있다. 과거 사법시험체제하에서 야간 법과대학을 설치한 대학에서 합격자가 만만치 않게 배출된 경험도 야간 로스쿨의 편견을 해소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다. 발전적으로는 법조인 배출의 다양화를 통해 사회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용상(15기)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약력

​2017. 1. - 2018. 12.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2017. 2. - 2019. 2. 민화협 공동의장

2015. 1. - 2017. 1. 한국법학원 부원장(2011.1-2013.1)

2012. 9. - 2018. 9.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2011. 1. - 2019. 2. 흥사단 통일운동본부 대표

2009. 2. - 2011. 3.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회장​

2008. 2. - 2011. 2. 동국대학교 법과대학장 · 법무대학원장

2007년 법의 날 홍조근정훈장 수훈

2020년 법의 날 황조근정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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