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수사기록을 유출하고, 검찰관의 명예를 훼손

육군 검찰 최고 책임자 “윤일병 사건 수사가 매도되고 있다”
국군 양주병원장 “사회적인 반응이나 뉴스를 보면 완전 마녀 사냥”

 

먼저 이 글은 억울하게 사망한 윤일병 사망사건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

 

육군 28사단의 윤일병 사망 사건으로 온 나라가 패닉 상태에 빠진 듯하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라도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는 사건이다. 그 잔인성, 참혹성은 누구라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윤일병 사건은 어느 정도 세월호 사건을 여론의 중심에서 밀어냈다.

 

윤일병 사건이 터지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왜? 하필 이 시점에?’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세월호를 덮기 위한 공작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타이밍과 소재도 기가 막히도록 잘 준비된,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병역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회창이라는 거물이 자녀병역문제로 침몰하고 말았다. 윤일병 사건은 두 가지 점에서 정말 잘 기획된 것이었다. 기획이라면 말이다.

 

첫째는 세월호와 맞먹는 메가톤급이었다는 점이다.

 

세월호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성격이 있다. 하나는 자녀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는 그 참혹성에 있다. 세월호와 맞먹는, 아니 그 이상일 수 있는 대한민국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라면 군대 문제 이상 가는 것은 없다.

바로 누구나 자녀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내 아들일 수도 있는 젊은 청년이 죽었다. 그것도 잔인하고 참혹하게 맞아 죽었다. 내 아들도 가야만 할 군대에서 어쩌면 윤일병은 내 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온 국민들이 화산처럼 분노를 내뿜었다. 세월호와 너무나 속성이 비슷하다.

그렇게 바다 속에 수장될 수 있었던 것은 내 아이일수도 있었던 것이다. 온 국민이 슬퍼했고 온 국민이 정부의 무능함에 분노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윤일병 사건은 분노의 대상이, 폭행을 저질러 죽음에 이르게 한 고참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다는 것이다. 분노의 대상이 확실하게 있는 것이다. 정부나 정권과는 상관없는.

둘째는 시점이었다.

사실 윤일병 사건이 기획된 것이라는 냄새는 윤일병 사망사건이 터지기 전에서부터 터지고 난 뒤에까지 계속 피어났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세월호 피로증 언급과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폄훼, 그리고 막말, 더 나아가서 유가족들이 보상을 원하고 실제로 보상금을 원하는 이들도 더 많다는 거짓 선동과 이간질에 이르기까지 새누리당이 이제 세월호를 잊자고 외치고 있는 가운데 윤일병 사건이 터진 것이다.

국민들의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그 출구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왜 분노의 화살을 돌려야하는지에 대한 사전 설명까지, 새누리당이 보여준 태도는 사전에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였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너무 많았다.

윤일병 사망사건이 일어난 것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이었다. 그런데 4개월이 지나서야 이것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것도 국민들에게 신뢰성을 높은 사회시민단체를 통해서다. 군인권센터가 윤일병 사건을 폭로했다. 그런데 군인권센터는 윤일병에 대한 제보를 누구에게서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군인권센터에의 폭로가 터지자마자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 심지어 국민일보까지 이라는 제목 아래 수사기록을 입수했다며 윤일병 사건을 대다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점은 진보신문도 다르지 않았다. 마치 잘 기획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수사기록도 미리 제공되었거나 또는 군인권센터의 폭로에 맞추어서 일제히 제공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모두가 이라는 이름 아래 보도했지만 수사기록을 어디에서 입수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윤일병 사건이 기획이라면 무서운 기획이라는 것은 바로 윤일병 사건이 터지자 여기저기에서 군인권유린 사태가 터지고 연이어 군병들의 자살 사건이 뒤를 이은 것이다. 연속성이 생긴 것이다. 군의 폭행, 인권유린은 사실 경중이 다를 뿐이지 항상 상존하고 있었고 의문의 죽음들은 항상 일어나고 있었다.

만약 그런 의문사 중 가장 잔인한 죽음 하나를 택해 터트린 것이라면 그 기획의 잔인성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이 기획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해프닝이 13일 KBS를 통해 보도됐다. 바로 육군 검찰의 최고 책임자가 윤 일병 사건 수사가 완벽하게 이루어졌다며 여론에 밀려 매도되고 있다는 글을 군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

육군 검찰 책임자인 김흥석 육군 법무실장이 군내 게시판에 “여론에 밀려, 검찰관의 법적 양심에 기초한 법적 판단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다”, “담당 검찰관이 한 달여에 걸친 폭행과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완벽하게 특정해 공소를 제기했다”고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김실장은 나아가 ‘불법으로 수사기록을 유출하고, 검찰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들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우겠다’,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가 편승해 기름을 붓고 있다는’ 등 이번 사태가 외부의 힘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는 암시까지 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불법으로 수사기록을 유출’했다는 부분이다. 누군가가 불법으로 수사기록을 유출하여 군인권센터와 신문사들에게 제보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윤일병 사망 사건 폭로 기획설의 확실한 뒷받침이 아닐 수 없다.

김실장 전에는 윤일병이 두 번째로 응급치료를 받았던 국군 양주병원의 원장도 “사회적인 반응이나 뉴스를 보면 완전 마녀 사냥”이라고 말해 보직해임이 되기도 했다. 양원장이나 김실장이 이런 발언을 할 경우 어떤 불이익를 당할 것을 모르고 했겠는가? 그런 예상을 하고도 울분을 참지 못하고 한 발언일 수도 있다. 작전 세력들에 대해서 말이다.

윤일병 사망 사건은 뿌리뽑혀야할 군문화인 것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윤일병 사망 사건을 세월호를 덮기 위한 시선돌리기 용으로 기획된 것이라면 이는 윤일병을 두 번 죽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행히 윤일병 사망사건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로 침몰하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목숨을 건 가족들의 단식투쟁과 새정치연합의 박영선 대표의 밀실야합이라는 똥볼로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프란티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세월호 유가족들과 세월호 참사가 다시 언론의 주목, 특히 외신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교황의 방문 자체가 침몰하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것이다. 교황의 방문이 곧 세월호 유가족 위로방문에 다름 아니다.

윤일병의 사망사건의 기획으로 저들이 묻으려 했던 세월호. 이제 우리들이 지켜줘야 할 때다. 세월호의 성지, 유민이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목숨을 건 단식으로 지켜나가고 있는 광화문 광장. 그곳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다.

NewsPro (뉴스프로) - 뉴스프로 이하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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