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단재 신채호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을까? 역사는 우리의 근본이고 뿌리이기 때문이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면 그 아픔의 역사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분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의롭게 살아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역사가 주는 교훈 때문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역사 속에서 이완용의 매국행위에 분노하고 성삼문과 안중근으로부터 충절을 배우면서 정의감과 충성심을 키웠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역사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밖으로는 중국과 일본의 동아시아 역사왜곡이 심화되고 있고, 안으로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뒤흔드는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의 이번 71돌 광복절 경축사는 현 정부와 지도층의 역사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박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외면하는 일본에 대해 무슨 뜻인지도 알 수 없는 아리송한 한마디만 언급했다. "한ㆍ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가야할 것입니다." 더욱 우리를 분노케 한 것은 대통령이 8ㆍ15기념사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사형당한 안중근의사의 순국장소를 여순감옥이 아닌 하얼빈 감옥으로 밝혔다는 점이다. 애국지사와 순국선열들이 지하에서 통탄할 일이다.

필자는 지난 8월7일부터 13일까지 6박7일간 중국 동북3성의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을 다녀왔다. 지난 4ㆍ13총선에서 낙선하고 현실정치를 떠나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필자로서는 더 없이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돼 광복회 광주전남지부 35명의 탐방단에 합류했다. 독립운동 사적지가 한국보다 7배가 넘는 광활한 동북3성(흑룡강성, 길림성, 요령성) 에 산재해 있어 찜통더위에 매일 1만보 이상을 걷고 몇 시간씩 버스나 고속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강행군이었지만 선열들의 피눈물이 엉킨 곳이라 생각되니 한곳도 빠뜨리거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8월 7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흑룡강성의 목단강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백야 김좌진장군이 암살당한 산시를 찾아 김 장군의 흉상에 분양하고 이어 장군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해림시에 있는 한중우의공원과 장군이 세운 마지막 학교인 해림조선족실험소학교를 방문했다. 8월8일에는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전투 승전지를 다녀왔다.

탐방 사흘째인 8월 9일에는 대종교 3종사 묘역, 윤동주시인의 생가와 명동서숙 및 명동교회를 세운 김약연의 기념비, 독립군의 간도 15만원 탈취사건 기념비, 항일 독립전사에 가장 빛나는 전과를 올린 김좌진 장관의 청산리 대첩비, 3.13반일 의사능, 윤동주를 비롯하여 수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한 대성중학교 등 독립운동가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현장을 탐방했다. 8월10일에는 민족의 정기 백두산을 다녀왔다. 우리 땅인 백두산을 중국쪽에서 올라가야 하는 분단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8월 11일에는 안중근의사가 일제 초대총리대신이며 조선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하얼빈 역 현장과 안중근기념관을 둘러보고, 이어 광주에서 태어나 중국 인민해방군 군가를 작곡한 정율성 기념관을 탐방했다. 또한 일제 관동군 산하 세균전과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731부대를 돌아보면서 일제의 잔혹함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탐방 마지막 이틀인 8월 12일과 13일에는 흑룡강성의 수도 하얼빈에서 4시간 40분 동안 고속열차를 타고 요령성의 대련으로 이동해 독립운동가들을 가혹하게 재판했던 옛 관동법원과 이회영선생, 신채호선생, 안중근의사께서 옥고를 치르고 순국하셨던 여순감옥을 탐방했다. 여순 감옥 내에 마련된 안중근 기념관에서 우리는 간단한 기념식을 가졌다. 묵념 헌화에 이어 애국가를 제창하고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 안중근에게 보낸 편지를 낭독할 때 35명의 탐방대원 중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번 6박7일의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은 필자가 지난 수십년간 배운 역사교육보다 훨씬 값진 경험이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경제성장률을 1% 더 높이는 것보다 대한민국은 어디서 왔고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은 무엇인지를 국민 모두가 깨달아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왜곡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우리 학생들이 영어단어나 수학공식 몇 개 더 배우는 것보다 우리 역사의 정체성과 민족혼을 깨닫는 것이 지속가능한 미래발전을 위해 더 절실하다. 우리 역사교육이 암기교육에서 벗어나 인성과 애국애족을 드높이는 살아있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공무원, 선생님과 학생들 그리고 많은 국민들에게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 현장교육을 추진해주었으면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탐방을 기획해주신 광복회 광주전남지부, 뒷받침해주신 광주지방보훈청, 협조해주신 광주교육청과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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