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민족의 대명절 설이다. 우리의 설을 중국은 춘제(春節)라 부른다. 설 풍습은 두 나라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이동 행렬이 그렇다. 중국도 정부가 특별운송기간인 춘윈(春運)을 지정해 원활한 귀향을 돕는다. 중국 당국은 2월 4일부터 3월 16일까지 40일의 춘윈 기간에 연인원 28억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동인구가 매일 평균 7000만명이나 된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산업화 진전과 함께 농촌 노동력이 도시로 대거 이동하면서 춘제 귀성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주요 이동 수단인 기차는 2억8900만명이 이용한다. 기차표를 못 구하면 승용차는 물론이고 오토바이나 자전거, 심지어 화물차 짐칸에 몸을 싣고라도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 ㎞를 달려 며칠 만에 고향에 도착하기도 한다.

열 시간 걸려 도착한 귀향 스토리가 무용담처럼 들리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은 땅이 넓어 연휴기간이 긴 춘제 때 고향에 가지 않으면 일 년에 한 번 가족을 만나기도 어렵단다. 또 가족 친지들에게 선물하는 풍습 때문에 상인들의 춘제 특수효과 기대가 큰 것도 우리네 설과 비슷하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춘제 풍습이 변하고 있다. 부모들이 도시로 올라오는 역귀성 현상이 증가하고 있고, 고향길 대신 국내외 휴양지로 떠나는 사람들의 숫자도 크게 늘고 있다. 다양한 온라인게임이 민속놀이를 대체하고 SNS를 통해 새해 인사를 하고 택배기사가 대신 선물을 안겨주는 지금 우리 모습이 중국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세상이 바뀐 이상 세시풍속을 그대로 지켜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미풍양속들이 너무 쉽게 버려지는 게 아쉽고 안타깝다. 설날 옹기종기 가족친지들과 모여 못 다한 얘기 나누고 윷놀이 즐기던 때가 그립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는 유구한 역사를 관통하는 민족의 얼이다.

국악·한복·한옥·한식·명절·예의범절 등 우리만의 소중한 자산들을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길이다. 지금은 남들이 베낄 수 없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가 가장 경쟁력 있는 시대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이용섭 중국사회과학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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