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여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앞으로 중국이 우리 경제를 적잖이 힘들게 할 것이란 우려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년 넘게 연평균 10%의 높은 성장을 지속해 왔다. 잘나가던 중국 경제가 2011년부터 성장률이 떨어지고 하락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이럴 경우 정부는 대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의 경제책임자인 리커창 총리는 성장둔화를 감수하더라도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고 구조개혁을 통해 중국 경제를 지속가능한 성장시스템으로 수술하겠다는 개혁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리커노믹스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를 선언하면서 추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국부(國富) 중심의 양적 고속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민부(民富)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수출과 투자 주도에서 소비의 비중을 높이고 노동집약 산업에서 자본기술집약 산업으로 전환하는 한편 3차산업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분업구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많은 분야에서 생존을 건 진검승부를 해야만 한다.

 

문제는 14억 인구에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도 못 미치는 중국은 지도자들이 미래를 대비해 구조개혁의 힘든 길을 가는데, 상황이 훨씬 심각한 우리는 쉬운 길만 고집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박근혜정부의 초이노믹스는 감세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에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단기부양책이 핵심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없이 돈만 쏟아붓다 보니 밑 빠진 독에 물 새듯이 약발은 없고 전세가격 폭등, 재정위기, 가계부실 등의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처한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는 수치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사람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대외의존형 천수답경제에서 내수 확충을 통한 전천후경제로 경제의 틀과 체질을 바꿀 때에만 해결될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뒤늦게 구조개혁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본질은 놓친 채 근로자와 중산서민에게 고통을 요구하는 조치들에 집중하고 있어 심히 유감이다. 더구나 중국과 달리 우리는 리더십 부재로 국민적 에너지가 분산되고 있어 나라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이용섭 중국사회과학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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