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원 출신의 빨치산 대장 최정범씨의 일대기를 그린 이야기 -

현역 국회의원이 임기 말 지금은 전향해서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젊은 시절 지리산 빨치산 대장으로 활동했던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저서를 발간해 화제다.

무소속 강동원 의원(남원·임실·순창)이 19대 국회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남원에서 있었던 6.25 전쟁 당시 분단과 이념에 의해 격동의 시대의 향토사를 기록한 「지리산 달궁 비트 – 빨치산대장 최정범 일대기(한울출판)」라는 제목의 저서를 발간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에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강제징용을 당하고 해방정국을 맞아 좌·우익 충돌을 겪으며 쓰라린 아픔을 경험한 한 인물에 대한 기록서다. 분단과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젊은이가 어떻게 아픈 삶을 살았는지를 기록한 내용이다.

책속의 주인공은 6·25 전쟁 당시 조선노동당 남원군당 소속 유격대원들을 이끌고 지리산 달궁을 무대로 활동했던 빨치산 대장 최정범씨다. 이 책은 철저히 최정범씨의 기억과 구술에 의존해 당시 상황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사료적 검토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저자 강동원 의원은 밝히고 있다. 지리산 빨치산 유격대에 관한 검증된 기초자료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런 한계점은 안타깝게 여겨지고, 따라서 반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부문은 기술하지 않았다고 한계를 밝혔다.

자 강동원 의원은 서문에서 “향토사 기록물을 남긴다는 차원에서 6·25 전쟁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시대상 안에서 전개된 ‘조선노동당 남원군당 유격대원들의 지리산빨치산 활동’의 특수성을 밝히려고 시도했다. 이 책은 기존의 향토사와는 뚜렷이 구분된다. 최정범씨 개인보다는 당내를 살았던 남원사람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분단된 현실에서 빨치산은 금기의 영역이자, 그저 ‘빨갱이’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분단된 민족의 아픔을 재조명할 때가 되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언제까지 조국 분단의 아픔이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져야 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강의원은 해방 이후 전환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정치논리에 주목한다. 좌·우익 진영논리에서 전라북도 남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원은 당시 비교적 좌익 인사의 활동이 많았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원에 소재하는 교룡산 선국사의 덕밀암에서 은거하던 수은 최제우 선생의 영향을 받았던 김개남, 장관운이 동학농민군을 이끌고 최초의 농민전투를 했던 곳이 남원인데도 그에 관한 기록이 전혀 없듯이 역사적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공을 국시로 삼던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빨치산과 좌익을 다루는 것은 금기의 영역이었지만 빨치산 활동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향토사 차원의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해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작가 이태의 ‘남부군’이나 조정래의 ‘태백산맥’ 같은 소설에서 대중에게 읽히기 시작하며 빨치산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졌으나 여전히 터부시해온 영역이지만 향토사차원에서 당시 기록물을 남긴다고 저서 발간배경을 밝혔다.

지리산 달궁 비트는 빨치산들의 아지트를 일컫는 말이다. 지리산은 6·25 전쟁을 전후로 해 전라도 지역의 빨치산들이 머무르며 투쟁을 벌였던 역사적인 공간이다. 그 중에서도 달궁은 당시 어느 빨치산이 토벌군에 쫓겨 숨어든 은신처였고, 전후에는 지리산 빨치산 남원군당이 은거한 아지트였다.

지리산 빨치산대장이었던 최정범씨는 1928년생 전북 남원시 이백면의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 일제의 의해 두 차례 징용지로 끌려갔다. 징용을 마치고 돌아와 사회주의 사상을 접한 뒤 조선노동당 후보당원으로 입당했으며, 이듬해 6·25 전쟁이 터지자 북한군 장교 이상윤 등과 함께 지리산에 들어나 빨치산 활동을 시작했다. 남원군당 작전부장, 1사단 참모장 등의 직책을 맡아 빨치산 유격대원을 통솔해 ‘빨치산 대장’이라고 불렸다. 1953년 봄, 경찰 토벌대의 대대적인 소탕작전 때 체포되어 전범 등급 ‘을’을 받았으나 얼마 안 되어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현재는 남원시 고향마을에서 아내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최정범씨는 풀려난 후에 겪었던 4.19 혁명과 5.16 군사쿠데타 과정에서 겪었던 소회도 밝히고 있다.

강동원 의원은 책 서문에서 “정치인의 기본 소양은 역사인식이다. 동·서양사는 물론이고 한국사에도 정통해야 한다. 특히 자신이 태어난 향토의 역사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향토사를 모르면서 무슨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무슨 일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하고 정치인은 스스로 향토사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지리산 빨치산 대장이었던 최정범씨는 “자신이 목숨을 바쳐 이루려고 했던 세상과 지금의 북한 체제는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 전 세계의 현대국가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세습체제, 다른 무엇보다 인민을 억압과 굶주림과 도탄에 빠트린 북한의 현재의 모습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현실임이 분명하다.”라고 자신이 젊은 시절 꿈꾸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현실임을 인식했다. 젊은 시절 한때 철저한 공산주의자였던 그도 오늘의 북한체제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저자 강동원 의원은 “황산대첩과 이성계, 만인의총과 정유재란, 동학농민군과 김개남, 6·25 전쟁과 빨치산, 4·19 혁명과 김주열, 춘향전·흥부전·변강쇠전·만복사저포기·김삼의당전·혼불 등이 남원의 상징이다. 수많은 역사문화유적과 판소리 등 전통문화예술의 고장 남원에서 있었던 지리산 빨치산 활동을 했던 실존인물의 구술을 바탕으로 왜 이념에 휩쓸렸는지 파악하고, 역사 속에서 형성된 남원은 어떤 곳인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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